5G 이동통신 시대, 새로운 망중립성 원칙 필요하다

<최형욱의 IT 차이나·유럽>

  • 최형욱 주한핀란드 무역대표부 수석상무관 기자
  • 입력 : 2018.04.06 16:17:34   수정 : 2018.08.14 16: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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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중립성 이슈가 미국을 중심으로 전세계에 불고 있다. 이미 지난해 12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찬성 3, 반대 2의 의견으로 망중립성 폐지를 결정했다. 이번달인 4월 폐지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폐지를 반대하는 공익 단체의 무효화 소송이 잇따르고 있고 아마존이나 페이스북, 구글을 비롯해 애플까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올해 1월에는 햄버거 회사인 버거킹이 망중립성 폐지를 풍자하는 내용의 ‘와퍼 중립성’이란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려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망중립성은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되는 모든 종류의 데이터는 처리 속도나 망 이용료에 차별을 둬서는 안된다는 통신망의 공공재 성격을 강조한 개념이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통신 서비스 사업자(ISP)를 공공 서비스 사업자에서 정보 서비스 사업자로 규정하면서 통신망을 공공재가 아닌 통신사 각자가 소유한 사유물로 규정했다. 그리고 이러한 통신망에 대한 개념의 변화로 해당 망의 서비스 성격 또한 바꾸게 된 것이다.

물론 트럼프 정부는 통신 사업자의 망중립성 폐지 이유로 새로운 통신 사업에 대한 투자촉진을 이유로 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차세대 통신망인 5G의 투자 비용이 기존 4G 롱텀에볼루션(LTE)이나 3G와 비교할 때 높은 수준으로 파악됨에 따라 망중립성의 폐지나 완화 의견이 조금씩 목소리를 내고 있다.

5G와 네트워크 슬라이싱

그러나 투자 비용 규모와 별개로 망중립성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내리려면 5G의 특징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5G 네트워크의 기본 속성 중 하나는 서비스 별로 맞춤형 네트워크 품질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5G 시대에는 다양하고 수많은 형태의 사물인터넷(IoT) 서비스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자율 주행 자동차와 로봇이나 드론의 실시간 원격 조정, 증강 현실 또는 가상 현실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 홀로그램과 초고화질 동영상 등 새로운 컨텐츠들 역시 서비스될 예정이다.

5G는 이같은 서비스들을 단일 물리 네트워크 내에 동시에 수용하기 위해 네트워크 슬라이싱이라는 개념을 핵심 근간 기술로 채택하고 개발중에 있다. 기존 4G 이동통신의 경우 속도를 높이기 위해 단일 셀의 트래픽 용량을 넓히는데 중점을 뒀다면 5G는 단일 셀 안에 좀 더 많은 네트워크 기기를 수용하기 위해 하나의 물리적 네트워크를 다수의 독립적인 가상 네트워크로 분리한 뒤 사용자에게 맞춤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걸 목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는 필연적으로 기존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되는 모든 종류의 데이터가 차별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망중립성과 배치되는 결과를 낳는다. 맞춤형은 결국 차별화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대하는 5G 시대는 인터넷에 연결되는 기기도 더 많아지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서비스도 훨씬 늘어나는 세상이다. 자율주행 자동차를 비롯해 이와 연동되는 V2X, 스마트 시티와 스마트 팩토리, 좀 더 작게는 스마트 홈 구현을 위한 사물 인터넷 기기들 모두 지금보다는 5G가 열리는 시기에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집에서 쓰는 스마트 홈 용 사물인터넷 기기의 데이터와 자율주행 자동차가 도로를 운행하면서 도로 인프라와 통신하는 데이터의 우선 순위는 다를 수 밖에 없다. 특히 망 품질은 더욱 민감한 문제로 안전이나 생명과 관련된 서비스는 다른 어떤 서비스보다 확실한 망 품질을 통신 사업자에게 요구할 수 밖에 없고 그만큼 비용 역시 많이 들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통신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지금의 망중립성의 원칙에 따른다면 5G 내에서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통해 나눠진 각각의 가상망에 대해서도 동일한 서비스 단가를 적용해야 하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결국 지금의 망중립성에 대한 원칙과 5G의 기본적인 속성, 그리고 향후 5G를 통해 만들어질 새로운 서비스 사이에 충돌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부익부 빈익빈, 그리고 악순환

사실 인터넷에서 지금까지 새로운 서비스들이 끊임없이 시도되고 또 인기를 얻었던 근간에는 망중립성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나 지금처럼 동영상 서비스가 부각되는 시점이라면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 개발하는 입장에서 망중립성은 대단히 중요한 원칙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 미국처럼 망중립성이 일방적으로 폐지된다면 결국 자본의 뒷받침이 확실한 공룡 기업들만이 통신망 서비스를 더 좋은 조건으로 이용하게 돼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도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트래픽을 많이 발생시키는 업체들에게 통신 속도나 망품질을 유지시키기 위해 지금보다 많은 통신망 사용 비용을 부과한다면 이런 비용의 대부분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고 사용자 확보 추이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다. 결국 사용자 수의 감소는 기업 수익의 감소로 이어지고 또 서비스 품질 저하를 발생시키는 최악의 악순환을 만들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수는 없게 된다.


분명한 건 5G 상용화가 다가올수록 망 투자에 대한 이슈와 함께 5G를 통해 서비스를 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통한 망 품질 보장과 같은 이슈가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지금 현재 기준의 망중립성 원칙과는 분명 배치되는 사항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새로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발전시키려면 망중립성 원칙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5G와 망중립성에 대한 좀더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최형욱 주한핀란드 무역대표부 수석상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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