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Study] 우버는 아마존이 될 수 있을까

`호감도`를 높이는 PR 부족했던 우버
180도 태도 변화하고 진정성에 호소하는 중

  • 신현규 기자
  • 입력 : 2018.09.09 14:39:25   수정 : 2018.09.09 20:3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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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한다."

지난달 29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는 세계 최대 차량공유 회사 우버(UBER)의 2인자 바니 하포드(46)의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선 하포드 COO가 기자들에게 말한 여러가지 중 가장 핵심적인 단어는 '사과'였다. 그는 "한국에서 과거 우버의 사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뒤를 이어 그는 "한국의 법률이나 규제를 준수하지 않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지 않겠다"면서 "우버는 한국을 위한 파트너로 변화하고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버의 모든 활동에서 진정성을 최우선으로 여긴다는 말도 했다.

우버는 불과 4년 전만해도 국토교통부나 서울시를 향해 '우리는 운송사업자가 아니며 공유경제 서비스 회사일 뿐이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우버는 서비스 기술만 제공하고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었다. 언론사들이 인터뷰를 하자고 하거나, 우버의 입장을 듣고 싶다고 요청해도 좀체 응하지 않았던 우버다. 하지만 하포드 COO는 이날 "우리는 헌신적으로 한국 정부와 일할 준비가 돼 있고, 현재 규제 당국 및 기업들과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더 이상 자신만의 주장을 되풀이 하지 않고 상대방의 입장을 경청하려는 자세변화가 이뤄진 것처럼 보인다. 우버는 변화하려 하고 있다.

우버는 왜, 어떤 변화를 시도하는 것일까. 이 맥락을 이해하는 것은 제2, 제3의 우버와 같은 파괴적 혁신을 이루려는 스타트업들에게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미라클 어헤드가 [Cast Study]를 통해 분석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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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바니 하포드 COO가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에서 암참이 주최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발언하고 있다.
■ 아마존과 닮았던 우버

우버는 사실 모든 면에서 아마존의 후예였다. 아마존이 처음에 서점을 겨냥했다면 우버는 택시운송사업자들을 겨냥했다. 서점이 일반인들에게 불편했던 것처럼, 택시를 부르는 것도 매우 불편한 것이 사실이었다. 아마존이 나타나기 전 서점 출판산업은 극심한 정체상태였는데, 이는 우버가 나타나기 전 택시산업 역시 마찬가지였다. 몇몇 대형서점들이 등장하면서 서점산업의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는 듯 했지만 여전히 책 시장은 인터넷의 보급으로 위협을 받고 있었다. 미국의 택시산업은 여러가지로 붕괴되어 있었다. 운송사업자들은 더욱 큰 이익을 내지 못하고 영세화되고 있었고, 그렇다고 택시운전사들이 많은 돈을 벌어가는 것도 아니었다. 택시 운송은 또한 디지털화가 이뤄지지도 못하고 있었다. 누군가 이 산업을 새로운 기술로 바꾸어 보겠다고 나서는 곳이 있다면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택시 운송사업은 정체되어 있었다. 산업이 정체되면서 소비자들이 얻는 혜택 또한 정체상태였다.

아마존과 우버는 '소비자들이 보는 혜택은 나아져야 한다'는 가치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것만은 아니었다. 둘은 빅 데이터를 가공해서 보다 나은 소비자혜택을 줄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들 능력이 충만했다. 아마존은 내게 가장 맞는 제품들을 추천해 주는 알고리즘을, 우버는 내게 가장 가깝고 가격이 효율적인 운송사업자를 추천해 주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아마존과 마찬가지로 우버는 초창기 실리콘밸리 등의 투자자들이 강력하게 뒤를 받쳐 주었다. 이들은 우버에게 '당장 이익을 내라는 주문 따위는 하지 않겠다. 대신 (아마존이 했던 것처럼) 시장점유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 기술력을 극대화하고 경쟁자들이 우버의 영역에 침범하지 못하도록 방어장치들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최근에는 소프트뱅크에 이어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가 우버에 투자하는 등 우버에는 장기적 관점에서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득시글 거린다. 아마존이 그랬던 것처럼 우버는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에 뻗어나갈 수 있었다. 우버의 초기 모든 상황은 아마존의 그것과 비슷했다. 아마존이 전자책에서 전자상거래로, 나중에는 오프라인으로 갔던 것처럼, 우버는 '우버이츠' 같은 서비스들을 통해 수직계열화와 독점적 지위를 가져갈 전략적 탁월성도 갖고 있었다. '결론: 우버는 아마존이 될 가능성이 충분했다.' 최근 아마존이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한 것처럼, 우버 역시 그런 존재가 될 환경적 조건은 갖춰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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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버의 기업가치는 2018년 9월 현재 720억 달러(약 75조원)에 머물러 있다. (우버는 비상장 회사라 시가총액 평가가 매일 단위로 변화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난 8월 도요타가 우버에 5억 달러 추가 투자를 했을 때 기업가치가 이 정도로 산정되었었다.) 이는 아우디, 포르쉐, 폭스바겐 등과 같은 주요 자동차 회사의 시가총액에 비하면 보다 더 큰 규모이긴 하다. 참고로 한국의 현대자동차 시가총액이 약 28조원 정도 된다. 대단한 성과임에는 틀림없으나, 아직 우버가 아마존이 되기에는 멀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아마존은 현재 시가총액이 1조달러에 육박한 상태. 지난 4일 아마존 시총이 1조달러를 장중한때 넘어서면서 시장은 매우 흥분해 있다. 반면 우버에 대한 시선은 아직 싸늘하다.

■ '호감도'가 계속 떨어졌던 우버

우버의 가장 큰 문제는 '평판'이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미국에서 도덕적 경영자라고 칭송받지는 않지만 명백한 '사고'들을 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버의 창업자인 트래비스 칼라닉은 '막말', '성추문 은폐', '부도덕한 개인정보 수집' 등 각종 도덕적 흠결들이 발견되는 사고들을 쳤다. 우버 앱을 지워도 우버 측이 사용자 정보를 계속 가져가는 사건 (2015년)은 칼라닉과 우버의 비윤리적 평판을 각인시킨 사건이었다. 2014년에는 우버의 고위 경영진이 (심지어는 기자들이 있는 앞에서) 우버를 비판하는 기사를 쓰는 기자들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상대방 애널리스트들을 고용하자는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프랑스에서 우버는 여성을 잠자리로 데려가기 가장 좋은 서비스가 우버라는 식의 광고 캠페인을 내서 또 한번의 사고를 쳤다. 성적 차별이 담긴 광고라며 프랑스 전역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난 것이다. 2017년 2월에는 우버의 전직 엔지니어였던 수잔 파울러가 사내 문화를 폭로했는데, 왜 과거 우버를 둘러싼 물의가 끊이지 않았는지를 보여주는 내용들이 적나라하게 들어 있었다. 노골적인 성추행과 성차별이 만연해 있었고 사내 문화가 창업자들을 둘러싼 몇몇 인사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었다. 심지어 칼라닉은 2015년 한국에 방문했을 때 룸싸롱에 갔던 경력까지 폭로되기도 했다. 칼라닉이 트럼프 대통령 경제자문단에 합류한 사실이 알려지자 전 세계 이용자들의 보이콧 운동도 일어났다.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는 "우버가 자율주행차 기술을 빼돌렸다"며 소송도 제기했다. 결정적으로 칼라닉은 우버 운전기사에게 막말을 하는 사건을 벌였고, 이 동영상은 유튜브 등을 통해 전 세계에 공유되었다. 결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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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우버의 전 CEO이자 창업자였던 트래비스 칼라닉
사실 우버는 ‘평판’의 이슈가 제기되기 이전부터 근본적으로 ‘호감도’가 좋기 어려운 기업이었다. 기존 택시기사와 택시운송사업자들의 일자리를 앗아가는 회사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유럽과 한국 등에서 우버에 대한 호의적이지 않은 시선이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는 지금 우버가 사회적으로 이로운 기업인지 아닌지를 따져보는 실험들을 해 보려 하던 참이었다. 아마존 역시 이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아마존과 달리 우버의 전 경영진은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우버의 기업가치 720억원과 아마존의 시가총액 1조 달러의 차이는 여기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 '평판'의 위기가 닥쳤다면…쇄신하라

스타트업에게 평판은 이처럼 전부와도 같다. 우버가 아마존이 되느냐 안되느냐는 전적으로 평판에 달려 있었다 봐도 과언이 아니다. <평판이 전부다>의 저자인 김대영 매일경제 금융부장(동국대 경영학박사)에 따르면 기업을 경영하다가 위기가 닥쳤을 때에는 5가지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첫째, 신속한 사실관계 확인. 둘째, 실시간 여론동향 파악. 셋째, 피해자에 대한 공감과 사과. 넷째, 신속한 언론대응. 다섯째, 기업내 커뮤니케이션 강화 등이다. 우버가 최근 밟고 있는 단계들도 이 5가지와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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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칼라닉의 후임으로 선임된 다라 코스로샤리 우버 현 CEO
지난해 8월 칼라닉의 후임으로 선임된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는 경영관리를 보강하고 우버 브랜드를 쇄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우버가 가장 신경쓰는 것은 각국의 규제당국과 그 배후에 있는 이해관계자들의 태도를 세심하게 챙기는 것이다. 하나의 예로 우버는 핀란드에서 우버블랙, 우버X 등의 서비스를 합법적으로 시작했다. 핀란드 정부는 약 1년간 우버의 사업을 금지시켰었는데 이달에 새로운 법안을 발효하면서 우버 비즈니스를 합법화시킨 것이다. 여기에는 우버의 끈질긴 이해관계자 설득이 있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IT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다른 국가에 따라 규제 배후에 있는 이해관계들이 모두 다른데 우버는 비즈니스를 합법화하기 위해 각국 규제당국과 개별적인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버는 규제당국이 꺼리는 택시운송사업자들의 소위 '밥그릇'을 빼앗는 행위에 직접적으로 뛰어들기보다, 택시사업자들에게 필요한 IT 플랫폼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방식의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또한 우버 운전기사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해 유럽지역에서는 사고보험에 대한 보상범위를 넓히겠다는 발표를 지난 5월 하기도 했다. 바니 하퍼드 우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 3월 아시아•태평양 기자들을 모아놓고 간담회를 열면서 우버가 모빌리티(이동성)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업체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는 희망을 밝히기도 했는데, 여기서 그는 하나의 기준을 정하는 갑(플랫폼)의 위치가 아니라, 개별 시장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공급하는 '을'의 입장에서 시장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 일환으로 우버는 전 세계에 일률적으로 적용한 운임수수료(인센티브) 구조를 각 국가에 맞게 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버 관계자는 "이제까지 우버 시스템 아래서는 각국 우버 운전자들이 받아가는 인센티브 구조가 전 세계적으로 획일적이었기 때문에 어떤 나라 기사들은 손해를 보는 측면이 있었다"며 "이런 부분들을 조정하기 위한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에서도 차량공유 스타트업들이 등장하려 하고 있다.
일반 차량공유 서비스로서 ‘우버’를 합법화하자는 논의들이다. 그래야 한국에서도 다양한 차량공유 서비스들이 탄생할 수 있다는 주장인데, 그 접근방식은 지금의 ‘우버’와 사뭇 다르다. ‘우버’는 각국 정부 및 규제당국과 자신들을 맞추어 가며 한없이 자신들을 낮추려 하고 있다. 규제당국의 문제 뿐만이 아니라 ‘국민적 감정’이 결부되어 있는 문제임을 깨닫고, 보다 스마트한 접근법이 없는지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매일경제신문 신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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