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마`는 왜 물러나는가

트럼프 집권 후 미국 진출 어려워 졌고
중국 내에서도 곱지않은 시선 이어져
10일 생일 맞춰 은퇴…교육재단에 전념

  • 신현규 기자
  • 입력 : 2018.09.08 16:39:48   수정 : 2018.09.08 16: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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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뛰어난 이념이란 없다. 오직, 성실한 결과만 있을 뿐."

알리바바의 창업자인 마윈이 했다는 말이다. 지난 8일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즈는 홍콩발로 마윈이 오는 10일 자신의 만 54세 생일을 맞아 은퇴발표를 한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즈는 마윈과의 인터뷰를 했는데, 그는 이를 통해 자신의 이러한 결정이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당황스러울 것이다. 마윈 하면 중국 인터넷 산업의 상징같은 인물이며 미국의 빌게이츠나 스티브잡스에 버금가는 중국 혁신의 상징처럼 불리웠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세계경제포럼이나 미국 나스닥 상장을 통해 글로벌 진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런데 갑자기 왜 물러나는 것일까? 마윈의 경우 아직 나이가 50대 중반이기 때문에 은퇴하기에는 이르기도 하다. 중국의 기업가 중에서 50대에 은퇴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싱가포르에 위치한 IT 매체 '테크인아시아'는 "보통 중국 창업주들은 기업의 총수로서 매우 늦은 나이까지 머무르며 은퇴하는 경우도 드물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JD닷컴 등 대표적 IT 기업 창업자 중에서 마윈처럼 스스로 먼저 물러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기도 하다. 빌 게이츠가 경영에서 물러날 때(2014년)도 58세였기 때문에 지금의 마윈보다는 나이가 더 들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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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마윈은 사퇴하는 것일까. 사실 그동안 중국 베이징 정계에서는 마윈의 사퇴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흘러 나왔었다. 인터넷 기업을 만든 뒤 유통시장을 장악하면서 부를 독점하는 한편, 소상공인의 복지나 이해관계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 베이징 정가에서 알리바바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하고 나스닥에 상장하는 등 미국 시장을 겨냥한 움직임들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갔다. 지난해 초에는 트럼드 대통령에게 "미국에서 일자리 100만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초기만 하더라도 베이징 정치권 입장에서 마윈을 건드리기엔 힘들었으리라 추측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알리바바는 중국의 지배적 지위를 해외로 확장하는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자금송금업체인 '머니그램'을 알리바바의 자회사이자 마윈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앤트 파이낸셜'에서 인수하려는 딜을 진행했지만 최종적으로 무산됐다. '일자리 100만개' 약속도 트럼프 대통령은 거들떠 보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강화하고 있으며, 알리바바의 미국 내 진출은 결국 경제적•안보적 위협 때문에 차단하고 있다. ('사다리 걷어차기'가 진행되는 셈이다.) 따라서 마윈의 중국 내 입지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마윈은 사실 알리바바의 주식 6.4%를 보유하고 있을 뿐이며, 나머지 대다수는 중국의 공산당 간부 자제들이 임원으로 포함되어 있는 민간투자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다. 실질적 소유주는 중국 공산당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그룹 회장으로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던 마윈의 사퇴는 공산당과 어느 정도 교감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마윈은 앞으로 무엇을 할까. 마윈은 지난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도 자신의 시간을 조금 더 교육사업에 쓰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마윈은 알리바바를 창업하기 전 선생님(영어교사)이기도 했다. 대학도 항저우사범대학을 졸업했다. 교육에 대한 그의 열정 때문에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그가 쓰는 별명은 '동네 교사들의 대변인'이고, 알리바바 내에서는 그를 '마 교사'로 부르고 있다. 또한 마윈은 이미 2014년에 '잭마 파운데이션'이라는 이름의 재단을 만들어 교육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뉴욕타임즈 등은 마윈이 '빌&멀린다 게이츠 파운데이션'을 만들어 인권활동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빌 게이츠처럼 마윈 역시 자선사업에 전념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또한 외신 보도들에 따르면 마윈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더라도 이사회에는 남아 알리바바에 멘토 역할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마윈의 공백을 이을 사람으로는 장융(대니얼 장)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가 거론된다. 마윈이 2013년 CEO에서 물러났을 때 그 자리를 이어받았던 인물이다. 한편, 마윈은 다른 17명과 함께 1999년 중국 저장성(浙江省) 동부의 항저우(杭州)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알리바바를 창업했다.기업들이 다른 기업들에 물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장터로 출발했는데, 2003년 상인들이 직접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파는 '타오바오'를 시작한 뒤 날아올랐다.
나중에 알리바바는 신용카드를 거의 쓰지 않는 중국에서 거래를 편하게 해주는 온라인 결제서비스 '알리페이'를 시작했다. 알리페이는 마 회장이 경영 지분을 가진 금융 계열사 '앤트 파이낸셜'로 발전했다. 알리바바 그룹은 전자상거래, 인터넷 금융, 클라우드 컴퓨팅, 디지털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메신저 서비스 등으로 확장해 기업 제국을 이루고 있다. 알리바바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와 홍콩에 있는 유력 영자신문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중국에서 매우 중요한 매체의 지분을 갖고 있기도 하다.

[매일경제신문 신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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