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지어서 파는 부동산 비즈니스 끝났다"

"지어진 건물에 가치를 더하는 부동산 회사가 미래"
밀레니얼 겨냥한 원룸 사업으로 사업영역 확장
인테리어 사업 추가해 수직계열화 시도
`기존 건물도 공유형으로 전환 서비스`
패스트파이브 박지웅 대표 기자간담회

  • 신현규 기자
  • 입력 : 2018.09.05 15:44:51   수정 : 2018.09.08 16:5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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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 변곡점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과거 허허벌판의 대지에서 건물이 별로 없었을 때는 시행·시공사 중심의 건물을 지어서 판매하는 비즈니스가 성행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인구구조와 부동산시장이 일본을 따라갈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건물을 지어서 파는 분양 중심의 비즈니스는 거의 사라질 것이라는 점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대신 저는 미래 부동산 시장의 주인공은 이미 지어진 건물에 가치를 더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부동산 사업을 하느냐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발상의 전환 (Hit Refresh)을 꾀해야 한다는 이런 목소리는 50대, 60대 경영자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박지웅 패스트트랙 아시아 대표(36)는 5일 서울 강남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컨텐츠와 서비스를 가진 회사들이 부동산 시장을 바꾸는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입지 좋은 곳에 짓기만 하면 팔리는 건축물, 하드웨어 중심의 서비스가 많았지만 저희는 이제부터 판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신 "지어진 건물의 가치를 누가 어떤 컨텐츠와 서비스로 바꾸는지가 중요할 것"이라는 것이 그의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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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박지웅 패스트파이브 대표가 5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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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이런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세 가지를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첫째는 공간을 색칠하는 서비스와 커뮤니티라는 가치를 '제대로' 이식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 예를 들면 공유오피스 공간인 패스트파이브가 하고 있는 것처럼 입주한 이들을 위한 커뮤니티 서비스와 정체성을 높이는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는 것이다. 둘째는 부동산 비즈니스를 '건설업'이나 '임대업'이 아니라 '서비스업'으로 정의하는 회사를 키워나가고 싶다는 것. 업의 본질 자체를 재정의하는데 성공한 회사로 패스트파이브를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다. 셋째는 패스트파이브에 입주해 있다는 것이 보통명사화되는 현상을 창조해 보는 것. 마치 검색이라면 '구글', 커피라면 '스타벅스'처럼 서비스로서의 부동산 회사라고 하면 패스트파이브가 나올 수 있는 브랜드 정체성과 마케팅 차원의 성공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이야기다.

미국 뉴욕에서 시작한 '위워크'나 '스튜디오 블랙' (현대카드), '드림플러스' (한화) 등 국내에도 다수의 공유오피스 들이 영역을 확장하고 있지만 패스트파이브는 아무런 배경없는 토종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현재 가장 많은 지점 수를 보유하고 있다. 박 대표는 "전 지점 평균입주율이 99%이며, 떨어질 때도 있지만 그때도 96% 밑으로 내려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패스트파이브는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한층 얻어,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뛰어들겠다는 계획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했다. 1인 가구를 위한 원룸 사업과 기업 대상 사무실 인테리어 사업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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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김대일 패스트파이브 대표(오른쪽)와 트레바리 윤수영 대표(가운데), 김성훈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 등이 5일 열린 패스트파이브 기자간담회에서 패널토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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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패스트파이브는 20~30대 1인 가구를 겨냥한 주거서비스 브랜드 '라이프(LIFE)'를 공개했다. 박 대표는 "전국 1인가구가 500만명 정도인데, 그 중 서울지역에는 50만명 정도가 살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소위 밀레니얼 세대들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며 사생활, 안전에 민감하면서도 감각적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선호가 강하다. 대신 넓은 공간을 좋아하기 보다는 저렴하면서도 실용적이며 트렌디한 공간 (예를 들면 서울 강남)에 사는 것을 원한다. 따라서 이들을 위해 '원룸'이나 '고시원' '오피스텔'이 아닌 보다 업그레이드된 주거공간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 패스트파이브의 구상이다. 단순히 계산해도 50만명이 월 130만원씩 입주비를 낸다면 연간 7조 8000억원의 시장이 만들어 진다. ('원룸'이나 '고시원'을 운영하던 영세사업자들은 긴장해야 할 수도 있다.)

패스트파이브는 당장 내년 2월께 선정릉역 인근에 '라이프' 1호점을 낼 계획이다. 방 하나에 20~26㎡(약 6~8평) 크기로 총 16개 층에 130세대를 수용한다는 생각. 박 대표는 "건물하나를 통째로 '라이프' 공간으로 꾸밀 계획인데 총 16개층 중 1층은 소매점, 16층은 루프트탑으로 계획하고 있어서 총 13개 층 정도가 입주공간이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1인 가구가 늘고 있지만 대부분 성냥갑처럼 지어진 오피스텔, 고시원, 원룸 등에 살고 있다"며 "한 번 해 보자는 정도로 가볍게 시작하는 사업이 아니다. 공유오피스보다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패스트파이브가 이날 발표한 부동산 혁신 플랜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기업이 쓰는 사무실을 공유오피스로 전환하는 '인테리어 사업'도 수직계열화해서 비즈니스로 만들었다. 직원 300명 이상 규모 대기업을 상대로 내부공간을 패스트파이브 같은 공유형 모델로 인테리어 공사를 해 주는 서비스다. 역시 밀레니얼들이 회사로 들어가기 직전인 시점을 겨냥한 미래 부동산 사업이다. 이름은 '파워드 바이 패스트라이브(Powered by Fastfive)'라고 지었다. 박 대표는 "공유오피스 사업을 4년 동안 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인테리어업체 어디 쓰냐'는 것이었다"며 "기업이 이미 보유한 사옥에 패스트파이브의 공간, 디자인, 커뮤니티 운영 등의 노하우를 이식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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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박지웅 패스트파이브 대표가 5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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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그의 저서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를 통해 부동산 사업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 적이 있다. "우량자산이란 자산의 질이 좋은 것을 말하는데, 부동산으로 이야기하면 입지나 환경이 좋은 곳을 의미한다." 박 회장은 부동산에 대해 "첫째도 입지, 둘째도 입지, 셋째도 입지"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 이후 10여년간 부동산이라는 자산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입지'와 '환경'이었다.
주어진 것들이 부동산의 가치를 결정했다. 하지만 박지웅 패스트파이브 대표의 이날 발언은 주어진 것에 대한 항거와도 같았다. 그는 "부동산의 가치는 어떤 회사가 어떤 서비스를 불어넣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밀레니얼들의 부동산에 대한 반란을 상징하는 듯한 이날의 기자간담회는 10년 뒤 어떤 결실로 기억될지 주목된다.

매일경제신문 신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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