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IT의 만남, 주도권은 누가?

<안명호의 인공지능과 미래금융>

  • 안명호 딥넘버스 대표 기자
  • 입력 : 2017.07.13 18:29:48   수정 : 2017.07.14 11: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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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뜻을 사전에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금융이란 이자를 받고 자금을 융통하여 주는 것을 말한다. 즉 일정기간을 정하고, 앞으로 있을 원금의 상환과 이자변제에 대해 상대방을 신용하여 자금을 이전하는 것을 말한다.”

IT 용어를 차용해 표현하면 자금이라는 리소스를 요청하는 클라이언트와 이를 제공하는 서버를 연결해주는 아주 일반적인, 그리고 흔히 볼 수 있는 서비스라고 말할 수 있다.

금융 서비스에서 리소스를 자금이 아니라 다른 것, 예를 들어 텍스트와 같은 것으로 대치한다면 금융에서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는 일반 IT 서비스가 잘 할 수 있는, 그리고 현재 잘하고 있는 서비스와 거의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IT의 데이터라는 리소스, 금융서비스의 자금이라는 리소스는 둘다 무형이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우리가 매일매일 사용하는 자금은 데이터와 마찬가지로 실체가 없어진지 오래다. 브레튼우즈체제가 유지됐던 1971년 이전에는 내가 갖고 있는 화폐를 은행에 제출하면 일정량의 금으로 교환해줬지만 폐지 이후에는 더이상 교환할 수 없다. 금융체제도 금과 같은 실물기반이 아니라 신용기반으로 바뀌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IT에서 다루는 데이터 역시 실체가 없고 데이터베이스와 같이 이를 잘 다루기 위한 여러가지 기술과 제품들이 잘 발전돼 IT가 금융서비스를 하기에는 별다른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데이터와 자금이라는 리소스의 차이는 IT 서비스와는 다른 무엇인가를 요구한다. 자금이라는 리소스는 효용가치가 크고 거의 모든 지구상의 사람들에게 유용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요청하며 사용한 자금을 제때 반환하지 못하기도 하는 등 끝없이 복잡 다단한 일들을 야기한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금융서비스는 신용과 위험관리가 필수불가결하다. 자금을 요청하는 클라이언트가 불순한 의도를 가진것인지, 제때 리소스를 반환할 수 있는지 판단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강제회수와 같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야말로 금융서비스의 중요한 역할이며 금융의 특별한 가치다. 가끔 영화나 드라마에서 금융인이 담보가 부족한 사업가를 믿고 사업자금을 빌려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러한 신용평가 능력은 금융서비스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로 소중한 리소스인 자금을 안전하고 무리없이 운영하는 쉽지 않은 일을 금융기관들이 맡게 됐고 그에 대한 댓가로 수수료나 이자등을 지급하고 있다.

IT와 금융, 융합이 가능한 이유

그러나 필자는 이같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다음의 3가지 이유로 IT의 영역이 금융으로까지 확장 할 수 있을것이라 본다.

첫번째는 데이터의 확보다. 자금을 필요로하는 클라이언트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해당 클라이언트에 대한 신용평가가 필요하다. 스마트폰이 일반화되고 각종 IT 서비스들이 우리의 생활에 깊숙이 침투한 요즘 상황에서는 신용평가를 위한 데이터 확보가 점점 쉬워지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SK 텔레콤이 비식별 개인정보를 활용해 신용평가 분석기술을 개발했다. 보험과 통신등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금융거래정보없이도 신용평가가 가능하다고 한다. 해외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신용평가가 이미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다.

두번째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다. 인공지능기술은 주어진 데이터에 근거해 신용평가를 하기 때문에 사람이 가지는 편견이나 그동안의 관행으로부터 자유롭게, 그리고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다. 신한카드는 머신러닝기법을 적용한 신용평가시스템을 올해 초 오픈했다. 신한카드 관계자에 따르면, 지금까지 중금리 대출 이용 고객은 개별 고객의 차등적인 신용도 판단이 어려워 한도와 금리에서 우대 받기가 힘들었다. 이번 머신러닝 기법 도입에 따라, 동일한 신용도를 지닌 고객일지라도 더욱 차별적인 심사전략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 더욱 많은 데이터가 생성되고 활용될 수록 인공지능 기술에 의한 평가는 더욱 정확해 질 것이다.

세번째는 규제다. 금융은 산업의 중요성과 파급력으로 인해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법적인 장치를 만들어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 금융계는 이러한 진입장벽의 보호 아래 타산업에 비해 신규경쟁자가 많지 않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가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국가에서 바라보는 금융에 대한 역할과 정의가 달라진다면 규제 역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지니게 될 것이다.

세번째 규제사항을 제외한다면 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그동안 금융계가 가지고 있던 본질적인 가치를 희석시킬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결코 지나친 일은 아닐것이다.

IT가 유형의 것을 다루는 분야로 확장해 주도권을 잡기는 결코 쉽지 않다. IT는 본질적으로 무형의 데이터를 다루기 때문에 유형의 것을 다루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금융은 이와는 다소 다르다. 앞서 얘기했지만 IT도 금융도 모두 무형의 데이터와 자금을 다루며 자금은 사실 ‘숫자데이터’ 일뿐이다. 어딘가의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 것이 자금의 실체다.

신금융 주도권, IT가 가질 확률 높다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IT와 금융 산업이 본격적으로 융합되는 시기가 도래하면 필자는 개인적으로 IT 진영이 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것이라고 본다.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3가지로 정리해보자.

첫번째는 달라진 고객이다. 앞으로 우리사회의 주축이 될 90년대 이후의 출생자들은 IT에 매우 능하며, 새로운 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매우 적다. 이들은 앱이나 웹서비스를 이용해 투자하고 송금하고 각종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데 거리낌이 없으며 이전세대의 고객들보다는 요구사항이 많고 자신이 모든 것을 제어하기를 바란다. 이들에게 전통적인 금융서비스보다는 IT 서비스 형태가 훨씬 더 친숙하고 간편할 것이다.

예를 들어 대출을 받는데 각종 서류를 준비해야하고 은행지점을 방문해 상담해야하는 경우와 간단히 앱 실행 몇번만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경우를 비교하면 어디를 선택할지는 너무 당연하다.

국내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가 대출증가속도가 너무 빨라 직장인 신용대출을 중단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두번째는 기술의 내재화다. 금융의 고유한 가치는 앞으로 기술로 상당부분 대체가 가능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관련 기술에 대한 내재화와 새로운 기술의 개발이 중요한 경쟁력이 될텐데 IT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융은 기술에 대한 내재화가 약하다고 본다. 전통적인 금융회사였던 골드만삭스가 2015년 자신을 금융회사가 아닌 IT 회사라고 선언한 것은 중요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세번째는 DNA가 다르다. IT는 성장하기 위해 고객을 파악해야 하고 끊임없는 개선을 통해 고객을 만족시켜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 이에 반해 금융은 이미 확보되어 있는 고객들에게 서비스 제공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IT에 비해 고객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인류역사를 보면 새로운 변화의 흐름은 전혀 새로운 시각과 기술을 장착하고 들어온, 기존의 시각에서 보면 이상하고 해괴하기 짝이 없는 신규 주자들에 의해 이뤄진 경우가 압도적이었다.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나타난다면 아마도 기존 회사들로부터는 아닐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점쳐본다.

금융서비스를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IT 중심의 서비스인지 전통적인 방식의 서비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서비스 제공자가 누구이던간에 내가 필요한 리소스를 빠른 시간에 공정하고 편리하게 제공한다면 그로써 족하다. 한사람의 금융소비자로 하루빨리 훌륭한 서비스가 나타나기를 희망한다.

[안명호 딥넘버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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