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경제,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놈이 온다 ②

<전명산의 블록체인 아고라>

  • 전명산 블록체인OS CSO 기자
  • 입력 : 2018.01.02 16:00:11   수정 : 2018.01.02 18: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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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에 기반한 모든 산업들은 미래가치를 갖고 있음이 인정될 경우 다들 크고 작은 거품 현상을 동반한다. 그리고 실력이든 우연이든 시장에 초기 진입한 사람들은 상상하기 힘든 규모의 돈을 벌기도 한다. 물론 쪽박을 차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렇다고 이것을 단지 거품으로만 치부하는 행동은 새로운 현상의 본질을 놓치는 것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거품이 아니라 이같은 신기술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게임의 법칙, 새로운 경제 구조, 그리고 이에 따라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은 사회경제적 구조에 직접적으로 변화를 가져올 기술이기에 거품보다 그 아래에 있는 기술의 잠재력과 사회적 가치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1편에 이어 이번 글에서는 암호경제가 기존의 경제 시스템와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자. 가장 먼저 암호경제는 그 밑바탕부터 글로벌 경제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태생부터 글로벌인 암호경제 시스템

지난달 22일 미국에서는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해 암호화폐 거래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트럼프 세제 개혁안(Tax cuts & Jobs ACT)'이 확정됐다. 이 법은 올해 1월 1일부터 적용될 예정인데 이 법이 통과되자 비트코인 가격이 최저 1만2000달러까지 떨어지면서 시장이 요동쳤다. 이 소식을 듣고 필자는 미국 소재 거래소에 테스트 및 시장 동향 파악을 위해 넣어두었던 0.78비트코인을 한국 거래소로 옮겼다. 세금을 내는 것이 두려워서가 아니다. 필자는 정부가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던 부과세를 부과하던 혹은 거래수단 내지 통화로 인정하던 그 어떤 방법도 암호화폐를 제도권 내로 수용하는 것이기에 환영하는 입장이다. 필자가 돈을 옮긴 이유는 과세 정책이 시행된 시점 이후 미국인이 아닐 경우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복잡한 이슈를 피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클릭 몇번으로 미국 내에 있던 자산 약 1500만원을 한국으로 옮겼다.

현행법의 테두리 내에서 한 국가 내에서 타국가로 자산을 이동시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암호화폐 세계에서는 이러한 자산 이동이 순식간에 일어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조원에 달하는 암호화폐 자산들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고 있을 것이다.

물론 기존 화폐 경제에서도 개별 국가들의 법 테두리를 벗어나는 불법적인 자산 이동이 빈번했다. 암호경제 시대가 이전 시대와 다른 점은 개별 국가가 국가간의 자산이동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암호화폐는 글로벌 네트워크 위에 올라가 있는 블록체인 시스템 위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만약 한 국가에서 암호화폐를 통제하려고 하면 필자가 0.78비트코인을 미국 거래소에서 한국 거래소로 옮긴 것처럼 클릭 몇번으로 자산을 다른 나라로 옮길 수 있다. 그나마 이것도 거래소에 넣어두었을 때에나 성립되는 얘기다. 만약 암호화폐를 거래소가 아니라 개인 지갑에 둔다면, 그리고 개인 지갑에서 또 다른 개인 지갑으로 옮긴다면 아예 국적 개념이 성립되지 않는다. 다만 어느 나라 국민이 암호화폐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정도의 정의만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기존의 국가 기반 경제 시스템의 시각으로는 암호경제를 해석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경제 시스템 자체의 글로벌화, 이것이 기존의 경제시스템과 두드러지게 다른 암호경제의 첫번째 특징이다. 이 특징을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규제 정책을 수행한다던지 하는 것은 시장에 부작용만 초래한다. 예컨대 중국이 거래소를 폐쇄하자 거래소들이 홍콩이나 싱가포르로 옮겨갔던 것처럼 자국 내의 거래소를 폐쇄하겠다는 것과 같은 정책은 결국은 한 국가 내의 암호화폐 자산이 해외로 유출되도록 만들 뿐이다.

정부 규제가 시작되지 않았을 때 한국 소재 거래소가 글로벌 거래순위 1위를 하고 있었고 10위 안에 3개의 거래소가 올라가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것을 투기열풍이라며 철퇴를 가해야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새로운 산업 영역을 개척한 사람들과 암호화폐 암호화폐 자산을 대거 한국으로 옮겨옮으로써 국가의 보유자산을 획기적으로 증대시켰다고 볼 수도 있다.

이것은 정부가 미처 알아채기도 전에 민간 영역에서 새로운 경제 산업 영역을 개척한 것이라고 평가를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노무라 증권은 일본이 적극적으로 비트코인을 수용한 결과 2018년 1분기 일본의 GDP가 0.3%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암호화폐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정책이 국가 경제에 확연하게 도움이 됨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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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거래소간 글로벌 자금이동 도식도 [사진 출처 : 블록체인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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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자금 조달 능력을 가진 새로운 에코시스템

암호경제 시스템의 두번째 특징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스타트업들이 자체 자금 조달(펀딩)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즉 사업 초기자금을 모으는데 있어 벤처캐피탈리스트나 국가의 자금 지원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최근 암호화폐 시장의 자금조달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이오에스(EOS) 프로젝트는 지난 6월 코인공개(ICO) 시점에 약 2000억원, 테조스(Tezos) 프로젝트는 지난 7월 ICO 시점에 약 2500억원을 넘어섰다. 국내에서 발표된 프로젝트들도 수백억원대의 자금을 조달했다.

펀딩 규모가 일반적인 상상을 초월하니 거품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여기서 ‘거품 논란'에 앞서 먼저 주목해야할 부분은 벤처 산업 생태계에서 처음으로 자체적으로 자금 조달 능력을 보유한 프로젝트들이 출현했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금지한 ICO(Initial Coin Offering)가 바로 암호경제에서 행해지고 있는 대표적인 자금 조달 방법이다. ICO란 블록체인 기술 조직 혹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조직들이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마치 주식처럼 이것을 시장에 공개하는 것이다. 어떤 회사의 주식 공개(IPO)가 진행되면 투자자들이 한 주에 얼마씩 주식을 구매하는 것과 비슷한 방법으로 ICO가 진행되면 ICO 참여자들은 1코인에 얼마를 받기로 약속 받고 프로젝트 개발 비용을 지원한다.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는 경우 이렇게 배분받은 코인은 상당히 높은 가격을 형성하기 때문에 참여자들은 (적어도 현재 시점까지는) 상당한 이득을 얻는 경우가 있다. 개발 조직들은 ICO를 통해 자신들이 만들고자 하는 기술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정도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ICO 참여를 직접적으로 제한한 소수의 국가를 제외하고, ICO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 제한이나 국적 제한이 별로 없기 때문에 원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최근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에서 시작된 ICO 모델은 일반적인 인터넷 서비스 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기존 인터넷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반의 코인을 결합시킨 모델은 스티밋(Steemit)이라는 서비스로부터 시작됐는데 이 모델이 게임이나 암호화폐 거래소 및 기타 일반 서비스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2016년 7월 오픈된 스티밋은 스팀(Steem)이라는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이 암호화폐를 블로그 서비스에 결합시켰다. 즉 블로그에 글을 써서 사용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면 암호화폐인 스팀을 공짜로 얻는 서비스 모델을 발표한 것이다. 스팀은 기존의 인터넷 서비스와 암호화폐 모델을 성공적으로 결합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스티밋의 등장에 이어 암호화폐 거래소나 암호화폐 연계 서비스들이 각각 자신들만의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홍콩에 있는 쿠코인(Kucoin)이라는 암호화폐 거래소는 벌어들인 거래 수수료 중 50%를 자체 발행한 쿠코인 보유자들에게 나눠주는 모델을 도입했다. 또한 비자카드나 마스터카드와 같은 기존의 카드 결제망에 암호화폐를 연동시켜 암호화폐 카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텐엑스(TenX) 역시 자체 화폐를 발행하고 이 화폐를 보유한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벌어들인 수익을 배분하고 있다.

필자는 2010년 스타트업을 설립하고 맛집 서비스를 출시한 적이 있는데 당시 사용자들로부터 자발적으로 맛집 정보를 끌어들이기 위해 사용자들에게 주식을 배분하는 모델을 생각했다. 사용자들이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 서비스에 더 많은 애정을 갖게 돼 더 양질의 맛집 데이터를 쌓을 수 있고 회사가 성장하면 그 열매를 주주들이 나누어갖기 때문에 서비스 사업자와 사용자들이 모두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행 과정이 너무도 복잡했다. 게다가 일반인들에게 주식을 배포하는 것이 법적으로 제한이 있다는 것까지 확인하고 결국포기하고 말았다. 그런데 암호화폐를 사용하면 이 과정이 아주 단순해진다. 바로 ICO라는 방법을 채택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편리성 때문에 기존의 서비스를 운영하는 사람들 중에 ICO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는 중이다. 만약 기존 포인트와 같이 가상화폐 시스템을 자체 보유한 서비스라면 가상화폐를 암호화폐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블록체인이 결합된 서비스 모델로 비교적 쉽게 전환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추세를 악용해 별 다른 기술도 서비스 모델도 없이 그럴듯한 포장으로 돈을 끌어모으는 프로젝트들도 있고 아예 암호화폐라는 뜨거운 아이템을 이용해 다단계 사기를 벌이는 부류도 있다. 그러나 암호화폐가 다단계에 이용된다고 해서 암호화폐 자체를 불법이라고 규정하거나 근절시켜야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주식 시장에 작전 세력이 만연하니 주식시장을 폐쇄하겠다는 정책과 별 다를 바가 없다.

자산 그 이상의 가치를 담은 암호화폐

세번째, 일반적인 인터넷 서비스에 암호화폐를 결합시킨다는 것은 기존과는 완전히 또 다른 특징을 만들어낸다. 기존 주식회사에서는 회사가 성장하면 주식을 가진 사람들이 배당이라는 형태로 이윤을 나눠가졌다. 암호화폐가 결합된 서비스 모델들에서 코인 보유자들은 서비스가 성장함에 따라 코인 가격이 성장하기 때문에 코인 가격의 성장을 통해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또 다른 형태로는 스티밋에서 좋은 글을 쓰면 스팀을 받는 것처럼 서비스 성장에 도움을 주는 행위를 하면 보상으로 코인을 배분해주는 방식도 가능하다. 만약 서비스의 가치가 올라감에 따라 코인의 가치가 오르는 구조라면 이 코인은 그냥 단순한 코인이 아니라 ‘지분’과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즉 어떤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코인을 보유한다는 것은 해당 화폐 네트워크에 참여해 네트워크가 성장하면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이해관계자가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블록체인 알고리즘 중에서 지분증명(POS : Proof of Stake) 모델은 코인을 보유한 사람들에게 단순한 금전적 이득 이상의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 이 권한의 범위는 여러가지인데 가장 기본적인 것은 비트코인의 채굴(mining)처럼 거래를 검증해 블록체인에 담는 행위(블록 생성 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이다. 즉 코인을 많이 보유한 사람들에게 블록 생성 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블록을 생성하는 댓가로 보상을 지급하는 것이다.

코인을 가진 사람들에게 좀 더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도 있다. 코인을 보유한 사람들에게 해당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정책과 운영 방안을 결정하는 권한, 즉 해당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보스코인(BOScoin) 프로젝트에서 도입하려는 거버넌스형 블록체인 네트워크 모델이다. 이렇게 되면 코인은 사실상 지분과 동등한 지위를 갖게 된다. 기존 주식회사는 주식이라는 형태로 지분을 소유했지만 암호경제에서는 코인이 주식의 대체재로 사용된다. 실제로 미국 SEC는 암호화폐의 성격을 규명하면서 주식과 가장 유사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프로그램 가능한 경제 시스템

네번째, 코인이 주식을 대체할 수 있게 되면서 다양한 경제 모델을 프로그래밍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기존 경제 구조에서 새로운 모델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암호경제는 소프트웨어로 작동하기 때문에 만들어보고 싶은 거의 모든 모델을 구현해볼 수 있다. 즉 경제시스템 자체를 새롭게 설계해서 현실에 직접 적용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 가능한 경제 시스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좋은 글을 쓰면 보상으로 스팀을 나누어주는 스티밋,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발행한 코인을 보유한 사람들에게 거래수수료를 배분해주는 쿠코인, 코인 보유자들이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거버넌스(의회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보스코인 등 우리가 상상하는 다양한 형태의 모델들을 구현해볼 수 있다.

또한 비트코인처럼 화폐 발행량을 처음부터 제한하는 모델, 스티밋처럼 추가 발행되는 코인을 좋은 컨텐츠에 대한 보상으로 사용하는 모델, 스텔라(Stellar)처럼 지속적으로 화폐를 추가발행하는 모델, 보스코인처럼 발행량 자체까지도 의회 네트워크에서 결정할 수 있는 모델 등 다양한 경제 모델들을 구현할 수 있다. 심지어 화폐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화폐를 장기보유하면 보유한 화폐 수량 자체가 줄어드는 프레이코인(Freicoin)과 같은 모델도 가능하다. 즉 암호경제에서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경제 시스템 자체를 실제로 구현해서 현실 세계에서 작동시켜볼 수 있는 것이다.

기존 경제 시스템은 한번 구축되면 단기간에 바꾸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그런데 암호경제에서는 프로젝트 진행자들이 자신들의 철학이나 비젼에 따라 본인들이 구현해보고 싶은 경제 모델들을 직접 설계하고 구현할 수 있다. 불과 몇년 사이에 수천개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자웅을 겨루며 각자 스스로 존재 가치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이유는 새로운 경제모델을 프로그래밍하고 이를 현실 세계에서 실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들 프로젝트 중에 현 경제 시스템의 문제를 풀어내는 어떤 프로젝트가 탄생한다면, 그 프로젝트는 많은 사람들을 그 네트워크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이 심각한 거품 논란에 휩싸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미래 가치에 대해 비관할 수 없는 이유는 새로운 구조의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현실 경제의 한 영역을 대체하면서 지배적인 경제 모델로 당당하게 자리잡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이 말은 또한 기존의 경제 문제를 해결한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먼저 구축한 나라는 그 모델을 글로벌로 확장할 기회를 갖게 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인터넷이란 글로벌 네트워크 위에 새로운 도전의 영역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제는 영토의 크기나 자국민의 숫자 혹은 국력에 크게 구속되지 않고, 글로벌한 경제 시스템 위에서 새로운 경제 모델로 글로벌 경제를 주도하는 것이 가능한 세상이 됐다. 그 기회를 잡을지 말지, 선택은 우리 자신의 몫이다.

[전명산 블록체인OS C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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